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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거동이 불편한 몸으로 80여 년 동안 소리 없이 시부모님을 봉양해 온 동진면 내기리 이순이(74)씨가 있어 주변 사람들에게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칠순이 훌쩍 넘긴 나이임에도 그녀는 아직도 101살의 시어머니를 모시느라 하루해가 짧기만 하다.

부안읍 내요리에서 태어나 22살 나이에 남편 김병규(78)씨를 만나서 매운 시집살이 속에서도 6남매를 반듯하게 키워냈다.

희끗한 흰머리와 깊게 패인 주름살이 세월의 질곡을 말해주듯이 이 씨도 이제는 자식들에게 효도 받으며 편안히 살 나이가 됐다.  

그렇지만 그녀의 인생은 그렇게 평탄한 삶만을 살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100살이 넘은 시어머니 봉양에 아직 그녀는 할 일이 태산이다.

5년 전 중풍으로 쓰러져 걸음걸이와 말투가 어둔한 이 씨는 기자가 집으로 찾아간 날도 성치 않은 몸으로 마당 한 귀퉁이에서 개밥을 끓이며 아궁이에 불을 지피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사이 초고령 나이의 시어머니는 역정이 났다. 거동이 불편한 몸을 엉덩이로 이끌며 마루문을 힘껏 열어 제꼈다.

자신은 뒷전으로 밖에서 분주히 일만하는 며느리가 못마땅한 모양이다. 평상시 며느리와 함께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시어머니는 한참을 기다렸는데 방안에 들어오지 않자 몸소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선 것이다.

그녀는 갑자기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써 큰소리를 지른다. 뭔가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 그러자 며느리 이 씨는 일손을 놓고서 불편한 몸을 이끌고 뒤뚱뒤뚱 종종 걸음으로 다가갔다.

넉살좋은 그녀는 시어머니 마음을 금방 알아차리고 웃으면서 달랜다. 그러나 시어머니의 노여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분이 풀리지 않는 듯 계속해서 혼잣말로 며느리를 밀쳐냈다.

그래도 이 씨의 얼굴에는 짜증이 없다. 이런 일에 익숙한 듯 시어머니의 반응에 능숙하게 대처한다. 그동안 살아온 세월에 이젠 눈빛 만 봐도 시어머니가 뭘 요구하는지 아는 것이다.

시어머니는 매우 건강한 편으로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귀가 먹어서 잘 들리지 않았을 뿐 거동은 가능했다. 연세가 많은 탓에 아예 걷지 못하는 시어머니는 대소변을 가리기 힘든 상황이다.

그래도 소화력이 좋아 고기반찬을 잘 먹곤 해 며느리 이 씨는 매끼마다 고깃국과 생선매운탕을 끓여주고 맛있는 음식은 우선 시어머니부터 드리고 본다. 이런 일련의 노력들이 시어머니를 장수로 이끄는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

젊어서 청산과부가 된 시어머니는 유난히 외동아들에게 의지하며 평생을 살았다. 고집이 세고 성격이 괄괄해서 이 씨 혼자서 감당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미우나 고우나 평생을 함께 한 며느리이기에 깊은 정이 들었나 보다. 이 씨가 잠시만 눈에서 멀어지면 곧장 찾는다. 줄곧 옆에 붙어 있어야 안심이 되는 시어머니와 안방에 나란히 누워서 TV를 보고 낮잠을 즐기며 하루를 보낸다.

남편 이병규씨는 고생하는 부인이 안쓰럽지만 고맙다는 내색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살았다. 자식된 도리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언젠가부터 그렇게 세 노인은 한 방에서 부대끼며 온정을 나누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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