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토론회에서 학생회까지 ‘이적 단체’ 혐의

지난 4일 오전 종교단체와 시민단체를 망라하는 ‘국가보안법폐지 전북연대회의’가 오는 12월 1일까지 1인 시위에 돌입하고 기자회견을 갖는 등 국보법 폐지를 요구하는 도내 여론이 높아 지고 있는 가운데 국보법 피해 사례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모아지고 있다.

주간 인권신문 ‘평화와 인권’을 발행하는 ‘전북평화와인권연대’에 따르면 가장 최근의 국보법 피해 사례는 군 복무 중 발언으로 범법자가 된 이영규씨(24세, 전북대 재학) 사건이다.

△ 현역 군인 신고 사건
2002년 5월 입대한 이씨는 연방제 통일방안 등에 대해 동료들과의 대화나 중대장과의 토론회에서 적극적으로 표현한 사실이 ‘누군가’에 의해 신고된 후 구속돼 ‘이적 단체 찬양 고무 및 이적 표현물 소지’ 위반으로 1년 6개월간 옥고를 치러야 했다.

△ 총학생회 선거운동본부가 ‘조직’으로 엮인 ‘혁신대오’ 사건
1997년 6월 김진옥씨 등 16명이 구속된 혁신대오 사건은 경찰이 2년 전 총학생회 후보 추대식을 조직 결성식으로 조작하고 출처 불명의 문서로 회칙을 꾸며 관련자들을 이적 단체 구성원으로 만들어낸 사건이다. 1998년 재판부 역시 경찰의 무리수를 인정해 ‘이적단체 구성’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김씨에 따르면 사건 발생 당시 피해자들은 이미 학생회 활동과는 무관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거나 군인 신분인 관계로 석방 후에도 직간접적인 추가 피해를 보았다고 한다.

△ 독서토론회가 이적 단체 ‘오송회’로 꾸며진 사건
1980년대 대표적인 국보법 피해 건이 바로 1982년 발생한 오송회 사건이다. 피해자 채규구씨(군산 진포중 교사)는 “군산 제일고 교사들의 독서토론회가 ‘김일성’에서 ‘오송회’로 내려오는 조직으로 만들어진 황당한 조작” 이라고 사건의 진상을 밝혔다. 이후 대법원은 ‘편면적 이적 단체 구성’이라는 법률상에도 없는 모호한 결말로 끝까지 유죄 판결을 유지하려 했다. 채씨는 “구속 동료들 중에는 조직 사건 수사 과정의 특성인 고문으로 인한 후유증과 허위 자백 강요에 따른 인간 관계 파탄으로 석방 이후에도 사회생활에 적응치 못하고 이민을 가거나 아무런 직업도 갖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위와 같은 전북 지역 피해 사례에서도 드러난 바대로 국가보안법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이 바로 7조 ‘찬양고무 · 이적단체 구성 및 가입’ 조항이다. 수사 당국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법률 적용은 물론이고 헌법에 보장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유엔인권위 또한 한국 정부에 이 조항에 대한 폐지를 지속적으로 권고한 바 있다.

서복원 기자 bwsuh@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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