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실적주의 지역발전위해 경계를

미국에 살고 있는 친척이 있다. 이민 간 지 30여년, 그러니까 이젠 미국사람이 다 되었다. 그런데도 무엇이 그리도 그리운지 이틀거리로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내용은 한결같이 고향소식 묻는 말이 전부다.

그런데 그 물어 왔던 고향소식 내용이 시대 따라 달라 왔다. 70년대는 계화도 소식이 화두였다. 90년대 초반에는 위도 훼리호 사건을 물어 왔다. 참사 인원이 무려 300여명에 가까운 숫자였으므로 세계의 뉴스 초점이 위도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으므로 그랬을 것이다.

90년대 후반 들어서는 군정(郡政)을 걱정하는 내용으로 바뀌어졌다. 역사적인 지방자치 출범과 함께 전국에서 유일하게 집행부와 의회간의 충돌 사건이 일어나 결국 집행의 장이 도중하차를 해야하는 불행을 당했었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방폐장 사건의 안부가 통화내용의 전부를 차지했다. 요즘은 ‘불멸의 이순신’ 이 화제다. 촬영장을 한번 보고 싶다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고향 발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절절했다.

부안의 요즘 대외적 이미지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되고 있는 것 같다. 하나는 방폐장 유치에 따랐던 이야기들, 둘은 불멸의 이순신 촬영 주변 이야기이다. 전자는 일단 사안이 매듭지어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 아니면 또 언제 밖으로 불거져 한바탕 소란을 피울 것인지 아직 확실한 대답을 할 수 없는 상황 속에 있다. 그런 가운데 이순신 촬영장으로 인하여 그간 고개 숙였던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하니 불행 중 다행한 일이다.

부안의 곳곳에는 이순신 촬영 홍보물이 지천으로 나부끼고 있다. 마치 ‘이순신 고장’ 같은 착각이 들 때도 있다. 관광산업은 굴뚝 없는 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이순신 촬영장을 보기 위한 관광객이 하루면 무려 1만여명 정도가 된다 하니 계산해 보면 사실상 이만한 수입원도 없다. 정말 꿩 먹고 알 먹는 산업이다. 머리만 잘 돌리면 ‘불멸의 이순신’ 덕택에 ‘불멸의 부안 신화’를 창출해 낼 수도 있다고 볼 수 있는 호재가 아닐 수 없다.

할리우드(Hollywood)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FP스에 있는 지구촌의 영화촬영 중심지다. 1920년에 영화촬영소가 설립되면서 슬슬 일어나기 시작한 도시로 그 역사 80여년만에 얼마만큼 발전을 했느냐하면 1846년에 1천여명에 불과했던 할리우드는 뉴욕과 시카고 다음가는 369만명의 인구를 자랑하고 있다.

궁항의 촬영소 주변 경관과 비교한다면 할리우드가 궁항보다 썩 좋은 여건을 지닌 것도 별로 없다. 다만 주변의 환경을 장기적 먼 미래를 바라보면서 기획하고 개발을 했다는 것이 발전의 강점이 되었다 할 수 있다.

예컨대 윌슨산 (1740m)의 천체 망원경, 에네하임의 디지랜드, 그리피스 공원에 있는 원형극장, 콘크리트 앞뜰에 많은 배우들의 손바닥 발바닥이 찍혀 있는 중극극장 등이다. 궁항의 봉화대, 격포 수군 첨사 관아터, 채석강, 적벽강의 경관도 할리우드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자원이라 할 수 있다.

만에 하나라도 재임기간 동안 한 건 해보겠다는 성급한 실적주의가 지금 각광을 받고 있는 촬영세트장에 작용이 되고 있다면 이는 지역발전 백년대계를 위하여 경계되어야 할 일이다. TV의 방영이 끝난 뒤의 관리 문제도 지금부터 면밀하게 검토되어야 할 대목이다.

속담에 ‘소문난 잔치 망건 팔아먹는다’는 말이 있다. 지금은 들떠서 모든 역량을 다하여 힘을 다해 보지만 후일에 뭔가 잘못되어 아무 실속 없이 손바닥 털고 일어날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 이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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