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깜냥에 문학이 무엇인가에 대해 짧게나마 정의하려 하나 지면의 한계도 있고, 일반적으로 무엇을 정의하려면 전제가 있어야 한다. 전제는 또 그 다음 단계의 전제가 필요하다. 예컨대 끝없이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주장하고자 하는 목적이 세상 밖으로 쫓겨나게 된다. 하여, 앞으로도 많은 학자와 지식인들에 의해 문학이 무엇인가에 대해 끝없이 질문되고 회자될 것이기에 나는 문학의 본질과 정의 그리고 진리 등은 논하지 않겠다. 형이상학적 차원보다는 문학사적 사회적 통념, 그리고 보편적 가치로 접근하여 정부와 가깝게는 부안군의 문학정책에 대한 소견을 설 하고자 한다.

문학의 기원설로 아리스토텔레스의 모방본능설과 칸트의 유희본능설, 문학은 원시종합예술에서 분화 발생 하였다는 몰톤설 등이 있으나 어느 것도 정설로 정의될 수는 없다. 그러나 인류역사의 시작과 함께 어떤 형태로든 의사표현이 되면서 문학은 존재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가슴 속에서 우러나오는 가장 인간적인 감동의 소리를 듣고 싶은 욕구, 그 표현방법이 언어이고 언어와 문자는 그 민족, 국가를 형성하는 정치와 사상의 토대가 될 수 있겠다. 

모든 종교와 철학도 마찬가지이어야겠으나 문학 또한 인본주의 즉 인간을 위한 명제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작년 물의거리 노상에서 ‘주민들과 함께 한 솔바람소리문학회 출판기념회’ 때 문학에 대해서 이렇게 언급한 바 있다.‘문학이 무엇인가라는 물음보다는 문학 아닌 것이 무엇인가’라고. 그렇다, 앙상한 나무에 봄이 움트는 것, 볼을 스치는 바람 한 점에도 문학의 옷이 입혀져 있다. 대가 없이 받는 산소와 햇볕처럼 문학은 소리 없이 우리 곁에 항상 머물러 있었고 때로는 그 사회의 진언자로서, 모든 문화예술과 인문학의 근간으로 중요한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처럼 삶 속에 깊게 배어 있는데도 드러나지 않고 보이지 않는다하여 소중한 것을 소홀히 하는 우매를 범하는 것은 아닌지. 경제규모에 비해 대한민국처럼 문인에 대한 처우가 미미한 나라도 없을 것이다.

공식적인 횟수로는 5회 째 이어오던 석정문학제가 슬며시 꼬리를 감추었다. 석정문학제 관련 금년도 예산이 부안문인협회에 반영되지 않아 지속사업의 연속성이 훼손되었다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건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 얼마 전, 부안군지를 제작하는데 타 시군에 비해 두세 배가 많은 5억 원의 예산을 책정하여 군민의 의아심을 불러일으킨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다. 또한 문화예술지원사업으로서 민간경상보조 8개 사업, 민간행사보조 9개 사업, 사회단체보조 8개 사업 등에 3억 9천여 만 원의 예산지원을 책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비근한 예로 석정문학제 작년 예산은 850만 원에 불과했고 올핸 그나마 배제되었으니 무엇이 우선이고 차선이며 적절한 예산 분배인지 궁금한 마음이다. 행여 기득권자의 소인배 같은 술수와 숫자놀음에 의한 정치적 논리로 문학제와 문학인이 평가되어선 곤란하다.

경전도 하나의 문학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때 언어와 문자 즉, 문학은 인간의 중심에 있어왔음을 부인할 수 없고, 어느 시대 어느 국가도 자국의 언어를 소홀히 하고 민족의 정체성과 존립을 보전한 나라는 없다. 나는 오늘, 3월 28일자 독립신문의‘편집국에서’라는 제하의 글을 읽고 공감하는 바 있어, 행정의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는 평등한, 전문적 문화예술정책을 갈망하는 문인의 조용한 양심시위라 해도 무방하겠다.

석정문학관이 개관을 앞두고 있다. 타 시군은 변변치 않은 것일지라도 내세워 문화사업 활성화에 매진하는데 부안은 걸출한 문학적 자산이 있음에도 그 연계성과 보존 그리고 홍보의 더딤을 볼 때 안타까운 마음이다. 향후 석정문학관 관련 운영위원회 구성을 앞두고 있다하니 그나마 기대를 걸어본다. 하드웨어적인 것과 소프트웨어적인 것의 조화와 지역정서가 잘 반영된 운영의 미를 기대해본다.

한글(훈민정음 해례본)이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고 문자가 없는 언어에 가장 적합한 문자라고 이미 알려져 있다. 제작자는 물론 제작원리와 이념이 잘 정리되어 있는 문자이고, 유네스코에서는 문맹퇴치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상하는 ‘세종대왕상’을 제정하였으니 한글의 우수성이 입증된 셈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한 자국의 문자를 보존, 발전, 계승해야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이 시대 사람으로서 문인과 문학제가 터부시되어서야 되겠는가.

문학은 기초인문학으로서 그 뿌리가 건강할 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전문분야가 바로서고 사람이 살만한 사회가 구현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국가와 지자체의 적절한 지원이 뒷받침 될 때 국민의 아름다운 정서의 산실이 되리라 믿고 이 나라와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진언하는 바이다.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듯, 작고 미미하여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행정의 혜안과 젊은 부안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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