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3월 11일 오후 2시 45분 도쿄 북동쪽 389km 해저에서 진도 9.0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어서 발생한 쓰나미로 일본 동북부 지역이 초토화 됐다. 인명피해가 수 만 명에 이르렀다.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재난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지진과 쓰나미의 여파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 있는 6기의 원자로 중 일부에서 노심용해사태가 발생했다. 방사능 오염물질이 대기와 해수로 유입되었고 급기야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방사성 물질이 관찰되고 있다. 앞으로 원자로 폭발로 이어질지 아니면 이 상태에서 수습할 수 있을지 누구도 섣불리 예상하지 못하는 위기상황이다.

이번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보는 부안군민들은 어느 지역 사람들보다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칠팔년 전 부안은 방폐장 유치 문제로 극심한 혼란을 겪었고, 큰 피해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 당시 부안군민들은 치열한 투쟁으로 방폐장 건설을 막았지만, 그 막대한 물질적 정신적 피해는 어디서도 보상받지 못했다. 다만 새만금지역에 태양광발전, 부안 인근 해상에 풍력발전단지를 실현시켜서 원자력발전과 대척점에 선 신재생에너지의 메카로서 부안이 자리매김한다면 방폐장의 상처를 어느 정도는 아물게 할 것 같다. 단순히 신재생에너지 단지를 유치함으로써 기대되는 경제적 이득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다. 부안군민의 품격을 드러내는 상징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미국 국민들과는 수준이 다른 유럽, 특히 독일과 프랑스 국민들은 원자력발전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독일 등 북유럽 국가들은 국민들의 반대여론 때문에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거나 포기한 것이다. 대신 이들 북유럽 국가들은 일찍이 신재생에너지 쪽으로 눈을 돌려 풍력과 조력, 태양광발전을 대안으로 삼았다. 방폐장은 거부하고 신재생에너지는 수용함으로써 부안군민들의 의식수준이 북유럽 사람들만큼 높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보며 부안군민들의 6년 전 결정이 옳았다는 것이 재확인되었고, 부안군민들은 당시의 투쟁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불행히도 원전의 사고의 피해는 발생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후쿠시마의 방사성 물질이 약 열흘 만인 지난 23일 강원도에서 발견되었고, 28일에는 남한 전역에서 비록 소량이지만 요오드, 제논 등 방사성물질이 검출되었다.

체르노빌은 반경 30km 지역에 거주하는 모든 주민을 소개시켰고 32년이 지난 지금까지 출입금지 지역으로 묶여있다. 후쿠시마도 반경 20km 이내에 주민들에게 대피할 것을 권유하고 있으며, 반경 30km 이내 지역 주민들에게는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집안에 있기를 권하고 있다. 우리에게 일본과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지만 그래도 만약 영광원전에서 사고가 일어나면 부안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변산반도 남단에서 20km 남쪽에 영광원전이 있다. 님비현상이란 말이 있다. 혐오시설이 제공하는 편의를 누리지만 그 시설을 자기 지역에 두는 것은 반대하는 현상을 말한다. Not In My Back Yard의 머리글자를 모아 만든 말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부안의 방폐장 거부를 님비현상이라 비난하지 않는다. 부안의 뒷마당에 핵발전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부안의 방폐장 거부 투쟁은 이기적인 님비현상이 아니고, 선견지명과 대의명분을 갖춘 환경운동이며 물질적인 풍요보다 정신과 문화를 더 중시하는 인본주의 문명운동이었다.

원자력이 화석에너지 고갈의 대안이 될 수 없음이 이번 후쿠시마 사고로 증명됐다. 환경과 인간을 생각하는 고품격 에너지가 태양광과 풍력이다. 부안은 이 고품격 에너지의 메카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친환경 부안, 고품격 부안, 위대한 부안의 시대가 올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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