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인사기준, 부안군인사 파행

김종규 군수의 공무원 인사가 공무원 및 지역사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8월 27일 부안군은 신규발령 16명 등 총 117명에 대한 공무원 인사를 단행했다. 33명이 승진되고 나머지는 전보, 파견, 직제변경 등이 이루어진 비교적 큰 인사발령으로 몇 달 전부터 인사를 둘러싼 갖가지 추측과 소문이 나왔다. 특히 4명의 사무관급(5급) 인사와 12명의 주사급(6급) 인사는 김 군수의 최측근들과 관련 있다는 점에서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부안군 인사의 특징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임기 2년째를 넘어서면서 차기 선거를 위한 포석과 측근들을 대거 승진시켰다. 둘째, 핵폐기장 업무에 적극 협조했던 공무원에 대한 포상성 짙은 인사와 특채 공무원들의 약진이다. 마지막으로 김군수 자신이 약속한 인사원칙을 위배하고 있다.

◇차기선거 준비와 측근 챙기기= 자치행정과·기획감사실·재무과는 요직으로 통한다. 특히 자치행정과는 김군수의 측근들이 포진해 있다. 주사(6급)이상으로 승진한 13명중 5명과 사무관승진자는 모두 자치행정과 출신이다. 이현주 전 비서실장은 계화면장 직무대리, 백종기 전 계장은 신설된 문화체육시설 사업소장 직무대리로 각각 승진발령 났다. 백 소장은 국책사업추진단장을 겸임한다. 자치행정과 별정직(6급수준)이었던 김민용씨는 비서실장에 기용됐다. 김 군수 선거운동을 도왔던 김 실장은 차기 선거를 위한 인사이동으로 해석된다. 김군수의 수행비서였던 김원진 씨는 주사(6급)로 승진했다.

◇여성 공무원 홀대= 주사(6급)로 승진한 총 13명 중 여성 공무원은 단 2명이다. 부안군 전체 공무원 중 여성공무원이 1/3을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한 공무원의 경우 24년 공직 사회에 있으면서도 계속 승진에서 누락되는 사례도 있다.

◇찬핵 특혜, 반핵 찬밥 = 승진서열 1,2위에 해당됐던 모 7급 공무원은 김군수로부터 “대덕견학 갈 주민을 1차(관광버스) 모집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결국 그는 승진하지 못했고 주변에서는 “찬핵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반면 견학모집 담당자였던 본청 공무원은 승진 했다. 또한 계화면 등 면단위 원전시설 견학 책임자도 승진 발령했다. 이밖에 지난 4월, 8월 인사에서 핵폐기장을 반대하는 공무원을 위도, 진서 등으로 발령 낸 것으로 확인됐다. 한 공무원은 “핵 관련시설 견학에 주민을 많이 보내야 요직부서에 등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채 출신 공무원 두각= 주사급 이상 인사발령 15명중 7명이 특채, 이장, 기능, 농림직 등 출신이다. 특채 등이 비리온상으로 지적 받아온 사례가 많아 주위의 시선이 결코 곱지만은 않다. 또한 고유의 업무 영역을 고려치 않고 무분별하게 행정직으로 자리 이동시키는 것도 문제다.

◇인사원칙 위배= 김군수는 취임시 본청에서만 승진·임용한다고 했으나 읍·면에서도 승진시켰다. 또한 행정기구 설치조례에도 없는 자리를 만들어 서류상 위도로 승진 발령한 측근을 그 자리에 앉혔다. 김군수는 행자부 인사교류 지침까지 어겼다. 파견자가 복귀시 우대인사 하도록 규정되어 있음에도 위도로 발령 냈다. 당사자인 채연길 주사보는 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군수의 인사권은 권한이지 권력은 아닌데 권력으로 착각했다”고 비판했다.

◇공무원 및 주민 반응= 공무원노조 부안군지부는 “마지막 남은 군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핵폐기장을 적극 찬성하는 공무원과 국추련(국책사업유치추진연맹) 일부 민간인들의 청탁에 의해서 공무원 인사가 농단되고 갈기갈기 찢어지는 현실이다”며 개탄했다. 인사 단행 후 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는 ‘폭군’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 ‘공무원사회 5적’등 김 군수와 측근들을 성토하는 글들이 올라와 공무원 사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출세공무원의 신조’라는 글을 통해 ‘인사 때 돈을 과감히 투자할 것’, ‘손을 못 비비면 술이라도 잘 마실 것’ 등 일부 공무원들의 처세술을 조롱했다.

한편 주민들도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이현주 전 비서실장이 계화면장 직무대리로 오자 계화면 이장단은 업무협조 거부를 선언했다. 계화면 이장단은 “핵폐기장 반대주민에게 몹쓸 짓을 많이 한 대가로 군수로부터 낙점 받아 선배들을 제치고 승진했다. 인사규정도 어긴 이런 식의 인사는 옳지 않다.”고 업무협조 거부 이유를 설명했다.

계화면 주민들은 그동안 계화면사무소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여왔으며 오는 23일 오후2시에는 이현주 면장직무대행 추방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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